- *♥* 군대생활 단상 *♥* -
찬미 예수님!
사랑하올 형제 자매님,
한 주간 동안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잘 지내셨나요?
오늘은 비가 오니까 제법 춥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
형제 자매님,
오늘(10월 2일) 저희 학교에서는
독서직과 시종직 수여 미사가 있었습니다.
성소의 길을 준비하고 있는 신학생들이
사제직에 한 발자국 다가서는 것이죠.
제가 맡고 있는 4학년도 모두 독서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제가 4학년 모두를 데리고 나가서
외식을 하고 왔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간단하게 술도 한 잔 했는데,
술을 한 잔 하면서 참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들은 제가 한티에 있을 때 입학했던 학생들이라
제가 1학년 때도 담임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제가 그렇게 무서웠다고 하네요?
반은 농담이겠지만 어떤 학생들은 제가 앞에 있으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답니다.
그래도 다시 담임으로 만나게 되어서 좋답니다. ㅠㅠ
너무 엄한 아버지였다니 저도 많이 반성하는 시간이었습니다. ^^*
형제 자매님,
오늘은 연중27주일이지만 특별히 우리들을 위해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젊음을 불태우며 수고하고 있는 군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이 신앙생활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도와주자는 의도에서
제정한 군인주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일 년에 단 한번 이날을 지내면서
너무나 무관심하게 지내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봐야겠습니다.
사람이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누군가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고 생각을 하면 힘이 생깁니다.
군에 갔다 오신 분들은 다 아시겠습니다만
군인들이 하루 일과 중에서 가장 좋아하고 기다리는 시간은
바로 일과를 마치고 편지를 나누어주는 시간입니다 .
오늘은 누구에게서 소식이 올까?
내가 보초를 설 때, 까치가 울었으니까 오늘은 분명히 내편지가 있을 거야
하면서 편지를 기다립니다.
그러다가 정말 멋이라곤 하나도 없는 남동생이 보낸 편지를 받아도
그 편지를 읽노라면 하루의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지고
어느 듯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피어난답니다.
사랑하는 가족으로부터 친한 친구로부터 늘 멀리 떨어져있고
좁은 공간 안에 갇혀서 항상 같은 일만을 반복하며 변화 없이 살아가기 때문에
작은 사랑과 관심에도 쉽게 감동을 받는답니다.
그런데 요즘은 군에 보내는 편지도 이메일로 쓰더군요.
형제 자매님,
인간은 자신의 자유가 구속받을 때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게 됩니다.
고생하고 힘든 가운데서 휴식의 고마움을 알게 되고,
먹을 것이 충분하지 않는데서 배고픔이 무엇인가를 절실히 체험하게 됩니다.
신앙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매주일이 아니라 매일 미사를 드리기 때문에
미사를 드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잘 모릅니다.
저는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입대를 했습니다.
일반대학에 다니면서 교리교사를 하다가 사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신학교로 전학하겠다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지만 허락을 얻어낼 수가 없었죠.
그래서 2년간 부모님과 씨름을 하다가 입대를 한 것이죠.
논산 훈련소에서는 그래도 주일마다 미사를 드릴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자대에 배치를 받고 보니 제가 소속된 부대에는 성당이 없었답니다.
군종 신부님은 볼 수도 없고 주일이 되면
어떻게 하면 미사를 드릴 수가 있을까하는 궁리를 하면서 애를 태우곤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서 우리 부대에서 산 하나를 넘으면 30사단 본부가 있고
그곳에는 성당이 있고 군종신부님이 계셔서
매주일 미사를 드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포병단장의 부대방문이 있었고 지금 꼭 원하는 것을 쓰라고 했습니다.
일등병이 뭘 알았겠습니까?
저는 주일날 미사를 드리러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썼죠.
그런데 그 포병단장은 개신교 신자였습니다.
그래서 포대장에게 도대체 이런 정신 상태로 어떻게 부대를 이끌어 갈 수가 있느냐고
온갖 욕을 퍼부었답니다.
그러니 화가 난 포대장은
내무반장을 위시해서 고참들을 불러놓고 얼차례를 주었습니다.
그러면 그것이 자동적으로 아래로 내려오니까요.
그날 일석점호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11시가 되니까
“기상!”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습니다.
모두들 후다닥 일어나서 침상 끝선에 정렬을 했고
3시간 동안 온갖 힘든 얼차례는 다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몇 가지 소원수리 내용을 읽더니
그 내용을 쓴 사람은 침상 밑으로 내려오라고 했는데
그 중에는 제가 쓴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다른 사람은 다 자고 세 명만 따로 기압을 받았답니다.
1시간 정도가 흐른 후에 자기가 쓴 내용을 취소할 사람은 올라가서 자라고 했어요.
두 명은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저는 취소할 수가 없다고 했더니 잠을 자되
머리를 반합 뚜껑에다 박고 원산폭격을 해서 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고통을 이기기가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그러다가 ‘주님 제가 이까짓 육체적 고통 때문에 신앙을 버리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하면서 손가락 묵주를 돌리면서 묵주기도를 드리기 시작했어요.
그 다음에는 정말 제가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고통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1시간이 지나도 꼼짝을 하지 않자 내부반장이 넌 독종이라서 안 되겠다면서
올라가서 자라고 했고 다음날 포대장에게 그렇게 보고를 했더니
포단장에게 까지 보고가 되었답니다.
그래도 다른 종교이지만 포단장도 신앙인이었기에
그 이야기를 듣고는 미사를 드리러 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습니다.
그 다음 주일에 30사단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던지 목이 매여서 성가를 부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한 번으로 끝났습니다.
형제 자매님,
아마 오늘도 미사를 한번 드리려면 저와 같은 그런 어려움을 겪어야만 하는
여러분의 아들 또는 동생 혹은 친구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군인성당이 많이 생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군종신부님이 모자라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군인들은 신앙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기도와 관심이 많이 필요합니다.
형제 자매님,
우리가 어떤 상황에 놓이든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기 위해서
오늘 미사에서 듣게 되는 제2독서의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기억하고 살아야겠습니다.
“내 안수로 그대가 받은 하느님의 은사를 다시 불태우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비겁함의 영을 주신 것이 아니라,
힘과 사랑과 절제의 영을 주셨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세례를 받을 때 그리고 견진성사를 받을 때
성령을 선물로 받았다는 것을 상기시킵니다.
그리고 그 성령께서 우리에게 힘과 사랑과 절제를 주심으로써
우리가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살도록 이끌어 주신다는 것입니다.
형제 자매님,
그런데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그렇게 활동하실 수 있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신학자 따울레로(Taulero)는 성령 강림에 대해
그리고 성령께서 역사하시는 모든 것에 대해 설명하면서
“성령은 인간 안에서 두 가지 일을 이루신다.
즉, 사람을 비우게 하고 그리고는 채워주신다.”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말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자신을 비우고 준비하여 성령께서 인도하시도록 하여야한다.
성령을 받아들이도록 자신을 준비해야 하니,
그분을 통해 그분 자신으로 채워질 수 있고 그분을 받아들일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
형제 자매님,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활동하실 수 있도록 해드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을 비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내 생각이나 판단, 나의 가치관이나 계획 등등
내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 안에 계시는 성령께서 활동하시게 되고
우리가 그리스도를 닮는 생활을 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형제 자매님,
그리스도를 닮는 삶은 그분께서 보여주신 사랑을 기억하고
우리들의 일상 안에서 그 사랑을 잘 실천하는 것입니다.
오늘 그리고 이번 한 주간 동안
특별히 내가 사랑을 구체적으로 잘 실천함으로써
아름다운 가정을 나아가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오늘의 미사를 봉헌하고 은총을 구하도록 합시다.
대구 남산동 신학교에서 안드레아 신부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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