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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는 죽는다

배은기 쌤 2010. 10. 23. 09:40

 

 

 

 

나는 죽는다

 


                                                허재석 사도요한 신부님 / 낭송 :소피아

 

 

내가 차지하고 있는 이 자리
늘 새로운 변화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를 이끌어 가는 지금 이 시간
나의 코를 통해 들어왔다 다시 나가는 숨결...
그리고 나는 죽는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
즐겨하는 놀이, 게임들
내 몸을 감싸주고 있는 옷들..
그리고 나는 죽는다.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
나의 부모님
나의 아내, 나의 남편
아,  그들에게 꼭 하고 싶었던 말들
그러나 아직 하지 못한 이야기..
그리고 나는 죽는다.

 

 

내게 주어진 일들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일들
꼭 하고 싶은 바람들
지금도 나의 머리를 온통 채우고 있는 계획들...
그리고 나는 죽는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
문득문득 떠오르는 언젠가는 꼭 다시 만나고 싶은 그 사람
언제나 내 곁에 있을것 같은 사람들...
그리고 나는 죽는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겪은 일들
내게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해 주었던 일들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던 순간들
사랑했던 기억들...
그리고 나는 죽는다.

 

 

잊고 싶은, 그러나 아무리 해도 잊혀지지 않는 그 일
차라리 이게 다 꿈이었으면, 하고 바랐던 순간들
후회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느꼈던 그 때 그 일들...
그리고 나는 죽는다.

 

 

용서를 빌고 싶었던 일들
사실은 내가 잘못했다고 꼭 말하고 싶었던 그 사람
그러나 아직 고백하지 못했던 그 일들...
그리고 나는 죽는다.

 

 

용서를 할 수 없는 그 사람
아니, 용서되지 않는 그사람, 그 사건
아직도 문득문득 나를 분노로 지치게 하는 그 기억...
아,  그리고 나는 죽는다.

 

 

 

지나온 시간들, 살아온 나의 생
그 속에서 내가 받은 상처들
아무 말도 못하고 가슴 속으로 삼켜야 했던 눈물들
남모르게 통곡했던 시간들
차라리 울어버렸으면 했던, 눈물도 말랐던 그 일들...
그리고 나는 죽는다.

 

 

이제까지 내가 일구고 가꿔온 나의 생
나, 의, 생...
그 모든 시간 나와 함께 계셨던 하느님
나의 하느님
그분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
그리고 나는 죽는다.

 

 

나는 죽는다.
반드시 나는 죽는다.
그래, 나는 반드시 죽는다.
지금 내가 살아있듯이
분명히 나는 죽고야 만다.
내 육신은 썩고야 만다.

 

 

죽음... 나의 죽음...
죽음 속의 나...
어둠...피할 수 없는 깊고 깊은 어둠...
그렇게 죽음의 어둠속에 갇힌 나...
아,  어둠...

 

 

 

빛!
주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빛! 빛!
부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빛!
나를 온통 감싸는 환한 빛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로부터 쏟아지는 이 빛!

 

 

만남!
그토록 기다리던 만남
그토록 그리워하던 하느님과의 만남
당신을 바라보는 나를 바라보시는 하느님
아,  나의 하느님...

 

 

나는 죽는다.
그리고 나는 주님을 만난다.

 

 

 

 

 
 
 
 
 
 
 
   
출처 : 나는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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