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죽는다
허재석 사도요한 신부님 / 낭송 :소피아
내가 차지하고 있는 이 자리 늘 새로운 변화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를 이끌어 가는 지금 이 시간 나의 코를 통해 들어왔다 다시 나가는 숨결... 그리고 나는 죽는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 즐겨하는 놀이, 게임들 내 몸을 감싸주고 있는 옷들.. 그리고 나는 죽는다.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 나의 부모님 나의 아내, 나의 남편 아, 그들에게 꼭 하고 싶었던 말들 그러나 아직 하지 못한 이야기.. 그리고 나는 죽는다.
내게 주어진 일들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일들 꼭 하고 싶은 바람들 지금도 나의 머리를 온통 채우고 있는 계획들... 그리고 나는 죽는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 문득문득 떠오르는 언젠가는 꼭 다시 만나고 싶은 그 사람 언제나 내 곁에 있을것 같은 사람들... 그리고 나는 죽는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겪은 일들 내게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해 주었던 일들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던 순간들 사랑했던 기억들... 그리고 나는 죽는다.
잊고 싶은, 그러나 아무리 해도 잊혀지지 않는 그 일 차라리 이게 다 꿈이었으면, 하고 바랐던 순간들 후회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느꼈던 그 때 그 일들... 그리고 나는 죽는다.
용서를 빌고 싶었던 일들 사실은 내가 잘못했다고 꼭 말하고 싶었던 그 사람 그러나 아직 고백하지 못했던 그 일들... 그리고 나는 죽는다.
용서를 할 수 없는 그 사람 아니, 용서되지 않는 그사람, 그 사건 아직도 문득문득 나를 분노로 지치게 하는 그 기억... 아, 그리고 나는 죽는다.

지나온 시간들, 살아온 나의 생 그 속에서 내가 받은 상처들 아무 말도 못하고 가슴 속으로 삼켜야 했던 눈물들 남모르게 통곡했던 시간들 차라리 울어버렸으면 했던, 눈물도 말랐던 그 일들... 그리고 나는 죽는다.
이제까지 내가 일구고 가꿔온 나의 생 나, 의, 생... 그 모든 시간 나와 함께 계셨던 하느님 나의 하느님 그분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 그리고 나는 죽는다.
나는 죽는다. 반드시 나는 죽는다. 그래, 나는 반드시 죽는다. 지금 내가 살아있듯이 분명히 나는 죽고야 만다. 내 육신은 썩고야 만다.
죽음... 나의 죽음... 죽음 속의 나... 어둠...피할 수 없는 깊고 깊은 어둠... 그렇게 죽음의 어둠속에 갇힌 나... 아, 어둠...

빛! 주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빛! 빛! 부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빛! 나를 온통 감싸는 환한 빛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로부터 쏟아지는 이 빛!
만남! 그토록 기다리던 만남 그토록 그리워하던 하느님과의 만남 당신을 바라보는 나를 바라보시는 하느님 아, 나의 하느님...
나는 죽는다. 그리고 나는 주님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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