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일기장
아빠는 환경미화원이셨다.
새벽1시,가족 들이 깰까 봐 조심스럽게 나가시는
아빠의 구부정한 어깨를 몰래 지켜볼 때면
나는 '하필이면 왜 쓰레기 치우는 일을 하실까'
하며 내심 아빠를 원망했다.
등교길에 혹시나 쓰레기를 치우고 있는 아빠를 만날까봐
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걷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빠는 몸이 자꾸만 야위어 병원을 찾았는데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당신의 얼굴을 보기 싫어했던지
더 이상 거울 앞에 서지 않는 아빠를 보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소리 없이 울었다.
그리고 날마다 '제발! 오늘 하루만 더' 를 수없이
하나님께 기도 드렸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아빠의 50번째 생신날,
언제나 작업복에 운동화 차림이셨던 아빠에게
나는 처음으로 예쁜 꽃무늬 넥타이를 선물했고,
엄마는 검정색 구두를 선물했다.
그리고 친구에게서 빌려 온 사진기로 침대에 힘들게
걸터얹은 아빠의 팔장을 끼고 애써 웃음 지으며 사진을 찍었다.
한 달 뒤에 있을 내 졸업식에 아빠가 꼭 그 넥타이를 메고,
새 구두를 신고 참석하실 수 있기를 바라며.
그러나 2월 어느 날, 내 졸업식을 앞두고
아빠는 결국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
신사복 차림의 멋쟁이 아빠와 함께 교문을 힘차게
걸어나오고 싶었는데. 서러움에 복받쳐 나는 울고 또 울었다.
아빠는 마치 이별을 예감하신 것 처럼 떠나기 며칠 전에
내게 아빠의 일상과 가족에 대한 걱정이
잔잔하게 적힌 일기장을 건네주셨다.
아빠를 떠나보낸 뒤 우리는 많은 아픔을 겪었지만
다시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고 있다.
엄마는 지금 시장에서 작은 야채 가게를 하신다.
바구니에 담긴 푸른 야채들처럼 엄마와 내 앞에 놓인
시간도 푸르리라 믿는다.
나는 가끔 아빠가 그리워질 때면 아빠가 남긴 일기장과
수첩 속에 끼워 둔 그날의 사진을 꺼내 본다.
사진 속의 아빠는 여전히 나를 보며 환하게 웃고 계신다.
출처 : 아빠의 일기장
글쓴이 : 리시얀 원글보기
메모 :
'게임 > 손님들의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사랑의 IQ테스트*^^* (0) | 2008.08.31 |
---|---|
[스크랩] 이해인수녀님과 법정스님 우정에편지 (0) | 2008.08.27 |
[스크랩] 버려야 할것들... (0) | 2008.08.22 |
[스크랩] 묻고싶은 한마디... (0) | 2008.08.22 |
[스크랩] [무술]급소 위치- 인체 급소 때리면 죽는다 4 (0) | 2008.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