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오십은 바람에도 잘 흔들린다

사 오십은 붙잡는 사람. 만날 사람 없지만 바람이 불면 가슴 서리게
울렁이고 비라도 내리면 가슴이 먼저 어딘가를 향해서 젖어든다. 
사 오십은 세월앞에 굴복해 버릴줄 알았는데 겨울의 스산한 바람에도 마음이 시려진다.

시간의 지배를 받는 육체는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흔들린다. 시간을
초월한 감성은 새로운 외면의 세계를 향해서 자꾸자꾸 오르고 싶어 한다 사 오십은 말하고 싶지 않은 세월 생각하고 싶지 않은 나이,
체념도 포기도 안 되는 나이,

홀가분히 벗어 나려다 여기까지 와버린 나이, 그리고 마흔은 젊은날
내안의 파도를 잠재우는 나이, 그 마흔이 세월의 무게로 나를 누른다.

사 오십만 넘기면 휘청 거리지 않아도 되리라 믿었다. 그러나 형체를 알수 없는 색깔은 나를 물들이고

안의 숨겨진 파도는 더욱 거센 물살을 일으키고 부서져
깨어질 줄 알면서도 여전히 바람의 유혹엔 곧잘 흔들린다.
아마도 이건 잘 훈련 되어진 정숙함을 가장한 삶의 자세일 뿐 일 것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더없이 푸른 하늘 회색빛 높게 떠 흘러가는 쪽빛 구름,창가에 투명하게 비치는 햇살, 바람을
들어오는 가을 향기도 모두가 내가 비켜가야 할 유혹

창가에 서서 홀로 마시던 커피, 이젠 누군가를 필요로 하면서 늘 즐겨 듣던 음악도 누군가와 함께 듣고 싶어진다.

사람이 그리워 지고 사람을 만나고 픈 그런 나이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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