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예쁜집

[스크랩] 전원생활에 나온 스트로베일하우스 이야기

배은기 쌤 2009. 9. 12. 00:55

전원생활 http://www.nongmin.com/jmagazine/

 

즐거운 불편/ 스트로베일 건축연구회 집 짓기 교육 현장
즐거운 불편/ 스트로베일 건축연구회 집 짓기 교육 현장
내 손으로 지어 좋고 함께 지어 더 좋은 집

도시에 살며 탈도시를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집이 있을까. 흙과 나무로 지어 건강에 좋고 자연과도 조화를 이루는 집이 아닐까. 여기, 마음속에 그리기만 하던 이런 집을 실제로 짓기 위해 첫발을 내디딘 사람들이 있다. 한국 스트로베일 건축연구회 8기 워크숍 참가자들은 자기 집 짓는 것만으로는 모자라는지 서로의 집을 지어주겠다고 다짐하며 짚단을 나르고 황토를 바르고 있었다.
글 손수정 기자 사진 최수연 기자

 



귀농이나 전원의 삶을 꿈꾸는 이들 중 ‘내 손으로 지은 그림 같은 집’을 머릿속에 그려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전원생활’의 주택 관련 기사가 많은 독자의 관심을 모으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그런데 그 관심이 예전에는 다분히 목가적인 동경이었다면, 근래에 들어서는 생태적인 삶을 위한 선택으로 나아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생태 건축에 눈을 돌렸고, 일부는 이를 자신의 삶에 접목시키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인 것이다.

생태적인 집 짓기, 기왕이면 내 손으로
충남 논산의 한 스트로베일 하우스 시공 현장. 3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성인 남녀 여남은 명이 집 짓는 일에 매달려 있었다. 황토에 짚을 넣고 이기느라 안간힘을 쓰는 사람, 단단한 짚단으로 벽체를 쌓는 사람, 벽에 찹쌀풀을 바르는 사람, 비계에 걸터앉아 지붕을 이는 사람….
“40대에 접어들면서 예전부터 꿈꿔오던 탈脫도시의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히 생태 건축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요. 지난해부터 여러 건축 형태를 본격적으로 조사하다가 스트로베일 하우스가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손승형 씨(44)는 내년쯤 자신의 손으로 집을 짓기 위해 서울의 본업도 잠시 제쳐두고 5주째 집 짓기를 배우고 있었다. ‘한국 스트로베일 건축연구회’의 8기 워크숍에 참여, 자신을 포함한 20명의 동기와 함께 전국의 건축 현장을 누비고 있는 것이다.
신두철(43)·권태옥(43) 씨 부부는 손씨보다 앞서 7기 과정을 수료했다. 집이 이곳 논산이라 보충 수업 삼아 수시로 현장을 드나들며 일을 거들고 있단다. “원래 건강과 참살이에 관심이 많았다”는 아내 권씨는 “2∼3년 내에 우리 부부만의 힘으로 천천히, 저렴하게 우리가 살 집을 짓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이처럼 요즘 생태 건축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이 가장 주목하는 집이다. 국내에 소개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동호인이 8000명에 이른다. 스트로베일 하우스의 어떤 점이 이들을 이렇게 매혹하며, 평범한 주부조차 ‘내 손으로 지을 수 있겠다’고 자신하게 만드는 것일까. 스트로베일 건축연구회 대표일꾼 이웅희 씨(45)에게 물었다.
“스트로베일(straw bale)은 가축의 사료로 쓰기 위해 볏짚이나 밀짚을 정육면체 같은 일정한 형태로 압축해 묶어놓은 것을 말합니다. 집의 뼈대를 세운 뒤 벽돌이나 콘크리트 대신 이 압축볏단으로 벽체를 쌓고 흙으로 마감한 것이 스트로베일 하우스이고요. 전통 흙집의 장점이 살아 있으면서 집의 모양이 요즘 사람들 감각에도 맞아 날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씨가 지인들과 스트로베일 건축연구회를 결성한 것은 2005년. 귀농을 꿈꾸던 그는 그해 4월 오스트레일리아로 날아가 2주 과정의 워크숍에 참여해 스트로베일 건축 기술을 배워왔고, 그 길로 강원도 영월에서 동강 지키기 운동을 하던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활동가 홍순천 씨(47)와 함께 영월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 스트로베일 하우스 1호 ‘동강사랑’(본지 2006년 5월호 ‘자연을 담은 집’에 소개됨)이다.
지난해부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과정을 개설해 현재 8기에 이르고 있다. 일주일 남짓 실시되던 7기까지와 달리 이번 8기는 6주 기간의 전문가 과정이다. 8기 워크숍 참가자 중에는 흙집 건축가 주세상 씨(49)처럼 새로운 건축 기술을 기존에 접목시키려는 ‘진짜’ 전문가도 있지만, 대부분은 빠르면 올해, 늦어도 몇 년 안에 귀농 또는 귀촌하겠다는 결심 하에 집 짓기를 제대로 배워보려는 일반인이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지난 5주간의 교육 기간 동안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짚단 쌓아 벽체 만드니 집 짓기가 쉬워진다
이들이 꼽는 스트로베일 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생태적이란 점이다. 짚과 흙, 나무 같은 순환 가능한 재료를 이용하기에 그렇다. 둘째, 벽체가 공기층을 함유한 짚단으로 되어 있어 단열 효과가 높고 환기와 습도 조절도 잘된다. ‘살아 숨쉬는 옹기 같은 집’이라는 것이다. 8기 참가자 중 가장 젊은 축인 김연진 씨(31)는 “담배 냄새도 잘 빠지고 보온도 잘되는 등 여러 모로 건강한 집”이라며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장점은 자재 구하기나 집 짓기가 쉽고 비용 또한 저렴하다는 것이다. 목조 주택의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숙련된 기술과 규격화된 자재를 필요로 하지만,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전문가의 도움으로 뼈대만 세우고 나면 스스로 짚과 흙을 이용해 벽체를 올릴 수 있다. 자재비 또한 저렴하다. 50㎡(15평) 집 짓는 데 5톤 트럭 1대 분량의 짚이 사용되는데, 그 값이 80만 원선(운임 포함)으로 다른 자재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3.3㎡(1평)당 건축비 역시 스스로 지으면 100만~150만 원대까지 낮출 수 있다.
“흙집은 보통 자재비보다 인건비가 더 들어요.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 점은 품앗이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짓기와 더불어 짓기를 통해 비용 절감은 물론이고 새로운 집 짓기 문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이지요.”
이씨의 말마따나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이처럼 아는 이들이 품앗이해가며 지었다. 집이란 어떠해야 하느냐에 대해, 더 나아가 앞으로의 삶은 어떠해야 하느냐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집을 함께 지은 것이다.
8기 참가자 대다수도 서로 도와가며 집을 지을 것이다. 진주에서 온 김성림 씨(30)는 “품앗이로 집 지으면서 공동체의 즐거움을 맛보았다”며 웃었고, 대구에서 온 최준석 씨(37)는 “내년에 아는 선배 집 짓는 것부터 도운 다음 내 집을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역시 8기 참가자로, 익산에서 농사짓다가 흙집 짓기에 푹 빠져 아예 스트로베일 건축연구회에 눌러앉기로 했다는 박경남 씨(35)는 “우리처럼 품앗이로 집 짓는 사람이 많아지면 왜곡된 집 짓기 문화가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했다.
“예전에 우리 조상들은 서로 도와가면서 집을 지었는데, 오늘날에 와서는 건축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이런 품앗이 문화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돈이 메웠어요. 이제 집 짓기를 배웠으니 적어도 집 짓는 일에서만큼은 품앗이 문화가 다시 자리 잡게 해야지요.”

스스로 짓고 더불어 짓는 즐거움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고 스트로베일을 실으러 갑시다.”
이씨의 지시가 내려지자 8기 참가자들이 하나 둘 작업을 마무리하고 몇 대의 트럭에 나눠 올랐다. 구입한 스트로베일을 들판에서 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함께 차에 오르며 돌아본 집은 아까보다 조금 더 제 모양을 갖추었다. 뻥 뚫려 있던 한쪽 벽은 짚단으로 거의 채워졌고, 지붕도 어느새 말쑥해졌다.
나이도, 하는 일도, 사는 곳도 제각기 다른 8기 참가자들. 이들이 애초 배우려 한 것은 ‘스스로 집 짓기’일 뿐이었지만, 지난 5주 동안 함께 어울려 집을 지으면서 ‘더불어 집 짓기’의 지혜를 온몸으로 터득했다. 돌이켜보면 애초 이들이 꿈꾼 탈도시란 그저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하는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며, 이들이 마음속에 그린 집도 ‘저 푸른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오늘날의 주거 공간과 주택 문화에 대한 반성, 더 나아가 도시의 반생태적 삶에 대한 반성이 이들로 하여금 같은 꿈을 꾸고 같은 집을 짓게 만든 것이다. 박경남 씨가 집 짓기의 매력에 푹 빠진 것도 이 ‘더불어 짓는’ 즐거움 때문이리라.
“여기서는 동기끼리 집도 같이 짓고 참도 같이 먹으니 집 짓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요. 말 그대로 즐거운 노동, 웃음꽃 피는 노동이지요.”

 

- 본지게재 기사ㆍ사진 무단 전재 금지 -

출처 : 전원생활에 나온 스트로베일하우스 이야기
글쓴이 : 우리농산물사랑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