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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 최신작

배은기 쌤 2008. 1. 24. 00:14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결승에서 승부 던지기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던 여자 핸드볼팀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 감독의 지휘 아래

문소리, 김정은, 김지영, 엄태웅!
관록 있는 연기파 배우들이 감동의 그 장면을 재현했다.

스포츠 영화와 휴먼 다큐의 절묘한 경계선에 서 있는 이 영화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건 늘 함께 하면서도 모르는

척 지나쳐 왔던 팀워크, 그 진한 동료애다.
이제 영화 속 감동의 장면들과 함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다시 만나 보자.  
 

 

어떤 난관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그녀들의 월계관.
함께 흘린 땀방울이 무엇보다 소중했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


1) 스크린 속에 재현된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실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감동 실화를

그린 영화다. 당시의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전력 보강을 위해 노장 선수들까지 다시 불러 모아야 할 정도로

역대 국가대표팀 중 최약체로 평가 받은 팀이었다. 아무도 그녀들이 결승까지 올라가리라 예상하지 못했고,

그녀들에겐 어떤 환호도, 또 지원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들은 당당히 결승까지 진출했고, 세계 최강의 덴마크에 맞서 연장에, 재연장, 그리고 승부 던지기

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승부는 패배로 끝났지만, 총 경기 시간 128분의

마지막 1초까지 투혼을 발휘한 그녀들의 경기는 AP통신 선정 '2004 아테네올림픽 10대 명승부전'으로 선정되며,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재현된 그녀들의 이야기는 스포츠 그 이상의 감동으로 다가온다. 영화 속

그녀들의 삶에는 찬란한 승리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없다. 아니 핸드볼에 나의 모든 것을 걸었다는 식의

비장한 운명조차 없다. 은퇴를 앞두거나 혹은 은퇴 후 어쩔 수 없이 다시 복귀한 34살 노장들의 고단한 삶이

있을 뿐이다. 3명의 아줌마 주인공들에게 핸드볼은 환희와 영광의 무대가 아닌 생존을 위한 삶터다. 언제 퇴출

될지 알 수도 없고, 그나마 올림픽 출전이 끝나면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 식당을 하고,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언제 불러줄지 모르는 실업팀의 러브콜을 마냥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그런 그녀들의 삶 속에도 숨겨진 값진 보석이 있었으니, 그것은 빛나는 팀워크였다. 그녀들 스스로도

마지막 순간 마침내 그것을 깨닫는다. 금방 멈출 것 같은 심장과 감각 없는 다리를 붙잡고 기를 쓰며 뛰는

이유가 승리의 월계관 때문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드디어 긴 휘슬과 함께 그녀들의 패배가

선언되지만, 그 순간은 분명 그녀들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 빛나는 팀워크, 빛나는 동료들과 함께한 영원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는 제대로 된 경기 장면을 볼 수 없다. 가장 극적으로 빛나야 할 아테네 올림픽 결승전마저

마치 관중석에서 비디오 카메라로 찍은 불분명하다. 선수들의 움직임은 의도적으로 날려 버린 포커스로 인해

구분조차 쉽지 않고, 마지막 승부의 순간은 아예 카메라에 담지도 않는다. 오히려 카메라는 허무한 표정으로

골대를 쳐다보는 미숙의 시선과 그 뒤에 허물어지듯 주저앉는 선수들의 모습을 주목한다. 사력을 다하고 함께

무너진 그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기라도 할 듯이….

 

2) "그래 그래!" "맞아 맞아!" 생생한 캐릭터들

"저거, 저거 낙하산 맞지? 아무튼 엄청 뺀질대는 게 딱이라니까!"
"어휴~~ 잘난 척은~~ 하여간 자기가 제일인 줄 알아요. 자기 없으면 사람들이 일도 제대로 못하는 줄

안다니까~~ 사람 망신 주는 것도 무슨 동기 부여나 하는 것처럼 젠 척을 혼자 다하니 쳇~~"
"뭐, 저런 무대뽀가 다 있냐? 누가 아줌마 아니랄까봐~~ 목소리는 또 왜 그리 큰 거야?

게다가 의욕과잉이기까지~~ 아, 정말 너무 피곤한 사람이라니까~~"
"재수없어! 정말~~ 나 보고는 바보 같은 소리라더니, 어떻게 그걸 자기 의견처럼 써먹냐?

양심 불량에 뻔뻔하기까지~~ 두고 보자고. 내 언젠가 이 원수를 꼭 갚고 말테니~~"

 

어느 팀에나 꼭 한 명은 끼어 있을 법한 캐릭터들의 성찬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속에는 오늘이라도

우리 팀 회식 뒷담화 속에서 지청구를 받을 만한 캐릭터들이 모두 모여 있다. 걸쭉한 목소리, 장정구 파마의

주인공! 배짱 좋고 털털한 아줌마처럼 보이지만, 은근히 직책에 집착하는 반장 정란(김지영 분)! 깔끔 새초롬한

자존심 덩어리에 까칠한 성격이 트레이드 마크지만, 때로는 동료를 위해 남모를 희생도 할 줄 아는 은근

의리파 혜경(김정은 분)!

5살 아들과 함께 선수촌에 들어오는 과감성과 생활력 만점의 행동파이면서도 작은 말 한마디에 무너지는

약체 심장을 가진 미숙(문소리 분)! 멋진 외모와 세련된 매너, '과학적 프로그램과 유럽식 훈련 방식'을 입에

달고 다니고 초엘리트(?!) 실제로는 그다지 냉혈인간도 못 되면서 깐죽거리느라 점수 다 잃어 버리는 실속

없는 승필(엄태웅 분)! 그래서일까? 그들이 쉴 새없이 일으키는 일상의 불협화음은 바로 오늘 내가 겪은

일처럼 정겹기만 하다.

 

3) 갈등에서 시작되고 한 판 멋진 싸움으로 마무리되는 그들의 팀워크

임순례 감독은 시사회 인터뷰에서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들의 불굴의 투훈이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바쁜 마이너리티들의 삶"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실제로 영화 속 등장 인물들은

환호와는 거리가 먼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이다. 게다가 운동에 전념하기엔 너무도 버거운 일상의 짐을 한

꾸러미씩 등에 지고 있다.

운동하는 짬짬이 구질구질한 일상사를 챙겨야 하고, 하루하루 고단한 삶의 무게를 이겨내야 하는 그들은

화도 잘 내고 싸움도 잘한다. 덕분에 대표팀의 훈련장은 하루도 갈등이 끊이지 않는 거친 싸움판이 된다.

그렇지만 그 결과는 어떤가? 그들은 마음을 다해 서로의 상처까지 껴안았고 함께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 냈다. 이것이 진정한 팀워크다.

 

휴렛패커드의 전 CEO 칼리 피오리나는 저서 <힘든 선택들>에서 “효과적인 팀워크는 점잖은 예의와 배려

이상의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바로 '진정성의 결여'다. 진정에서 우러나온 합의가

아니라면 어떤 예의와 배려로도 진짜 팀워크를 이룰 수 없다는 지적인 것이다. 흔히 조직에서 만장일치의

결정이 쉽게 이루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팀워크가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쉽게 내려지는 결정은 오히려 권위에 의한 굴복이거나 합의 관리의 모순을 드러내는 잘못된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팀원들이 서로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의견 충돌을 회피하고 있다는 반증일 경우도

많다. 결국 팀원간 표면적인 관계는 좋아지고 의사 결정은 신속하게 이루어지지만 좋은 팀워크에서는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좋은 팀워크를 위해서는 의견의 충돌과 갈등의 해소가 끊임없이 순환되어야 한다. 다양한 사람이 모인 조직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리고 그 다양한 의견들이 충돌을 통해 다듬어질 때 더

나은 선택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속 그들의 모습처럼 마음을 주고 받는 포옹을 나눌 수 있다면,

우리도 함께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마주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선주 /자유기고가

출처 :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 최신작
글쓴이 : 캄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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